떠났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여러 의미로 “더 맨”(“요주의 사나이”)였다. 물론 MC가 “더 맨”임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어떤 상대방도 두려워 않는 “보스 토스”, 그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올인해서 들어가는 선수.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밖의 여러가지 고민거리가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을 여의었기 떄문에, 어머님은 홀몸으로 나를 키우셨다. 우리 가정 두 명을 위해 너무도 열심히 노력하셨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님이 항상 최선을 다 하고 계심을 알고 있었다.
어머님은 자살하고 싶으시다고 내게 말하셨었다. 생명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내가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그런 돈이라도 괜찮냐고 물으셨다.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게는 어머님 말고는 가족이 없었다. 어머님을 잃을 수 없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내가 어머님을 부양하리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약속을 지켰고 어머님을 위해 집과 차를 사드릴 수 있었다. 어머님이 날 어릴 적부터 키워주신 만큼, 내가 능력이 될 때 어머님을 책임지는 건 당연했고, 난 그럴 능력이 되었다.

선수로서 난 승리를 많이 거두었다. 은퇴했을 당시 나는 여느 스타크래프트2 선수보다도 높은 액수의 상금을 기록했었다. 너무 이겨서 게을러졌다. 게임을 그만두기도 전에 은퇴하고서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 건 알고 있었다. 난 나 자신이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항상 온라인에서나 현실에서나 그렇게 행동해 왔다. 관중도 팬도 즐겁도록 노력했다. “게임체인저: 블리즈컨의 꿈 (Gamechangers: Dreams of BlizzCon)” 이라는 다큐의 주인공으로 선택되며 엔터테이너의 방향으로 첫 발짝을 내딜 수 있었다. 당시에는 선택 받은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지만, 끝난 후에는 영광이라고 느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은퇴하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다. 독일에서 숙소 생활을 한 후, 난 드디어 독립해서 혼자 살 수 있었다. 예전처럼 연습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다. 경쟁력 있는 선수로 남기 위해서는 더 연습해야 했다. 내 실력에 자만하게 되었고 나태해졌다.

혼자 독립해 살았던 것을 후회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이룩할 수 있었던 것들은 모두 만족스럽다. 많은 선수들이 한번 이기고 다시는 승리를 거두지 못하거나 은퇴한다. 나는 현역 시절 많은 성공을 누렸다.

은퇴는 묘한 경험이었다. 많이 울었다. 스타크래프트는 나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피씨방에서 게임했던 기억 뿐이다. 게임은 내 일부이자 나 그 자체였다. 결국에는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힘들었다.

처음에는 뭘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결국 엔터테이너가 될 기회였기 때문에 콩두 컴퍼니 전속 스트리머가 되었는데, 오랫동안 프로 대회를 멀리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로 돌아온 것은 다시 현역으로 뛰고 싶어서였다. 처음으로 복귀했을 때 굉장히 재능 있는 선수인 Zest를 상대했는데, 이길 수 있었다. 내 커리어의 모든 승리 중에서 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복귀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단순히 나에게 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 있어서도. 나에 대해 나도는 말 중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아했다.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미움을 연료 삼아 실력을 쌓고 더 높은 레벨에서 뛸 수 있도록 동기로 만들었다.

프로로서 제 2막은 짧았기에 곧 나는 다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프로게이밍의 세계를 떠나고 싶지 않았기에 리그오브레전드 코치가 되었다. 프로게이밍에 낯선 역할로 들어선다는 것은 기분이 이상했다. 중계진이나 캐스터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선수 시절 때 잠시 경험했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에 2년간 현역으로 뛰지 않고 보니,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보기 희한한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야말로 원조 이스포츠다.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가 하락세인 모습이 안타깝다. 바라건대 스타크래프트가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봉급 수준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할 인센티브가 없다.
더 많은 외국 선수들도 와서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군복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수 층에 피해가 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스타크래프트가 아예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사라지기에는 너무 전설적이니까. 보스 토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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